반도체 산업은 매년 성능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기술을 발전시켜 나아가고 있습니다. 트랜지스터의 크기를 줄이는 전통적인 미세공정 방식이 점점 물리적 한계에 다다르자 이를 해결하고자 나온 기술이 3D IC(Three-Dimensional Integrated Circuit) 기술입니다. 3D IC는 반도체 칩을 수직으로 적층하여 신호 이동 거리를 단축하고, 전력 효율과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입니다.
3D IC 구조란 무엇인가?
전통적인 2D 반도체 설계에서는 모든 회로가 한 평면 위에 배치되었습니다. 신호가 한쪽 모퉁이에서 다른 쪽 모퉁이로 이동하려면 긴 배선(Interconnect)을 따라가는 방법 밖에 없으므로, 지연(latency)과 전력 손실(power loss)이 많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3D IC는 여러 개의 반도체 다이를 수직으로 쌓아(적층) 하나의 칩처럼 동작하도록 만드는 기술입니다. 각 층은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할 수 있으며, 수직 연결 구조를 통해 훨씬 빠른 동작을 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예를 보자면, 로직 칩 위에 메모리 다이를 바로 쌓는다면, CPU가 메모리에 접근하는 속도는 기존 대비 수십 배 빨라질 수 있습니다.
TSV(Through-Silicon Via) 기술의 원리
3D IC의 성능 향상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바로 TSV(Through-Silicon Via) 기술입니다. TSV는 실리콘 웨이퍼를 수직으로 관통하는 구멍(via hole)을 뚫고, 그 내부를 도전성 금속(주로 구리)으로 채워 전기적 연결을 만드는 구조입니다.
이 TSV가 다이와 다이를 직접 연결해주기 때문에, 신호는 복잡한 배선을 거치지 않고 수직으로 바로 전달됩니다.
TSV 형성 과정 요약
- 실리콘 웨이퍼 천공(Drilling) – 미세 홀을 플라즈마 식각(etching)으로 가공
- 절연막 형성(Insulation Layer) – 전기적 간섭을 방지하기 위해 홀 내부에 절연막을 코팅
- 도전층 증착(Metal Filling) – 구리(Cu)나 텅스텐(W) 등 금속을 채워 전류가 흐를 수 있도록 함
- 평탄화(CMP) – 표면을 다듬어 다음 공정에서의 결함을 최소화
이 과정을 거쳐 완성된 TSV는 층간 신호 전달 속도를 기존 대비 최대 10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신호 경로가 짧아지면 지연 시간은 줄고, 전력 효율도 그만큼 올라갈 수 있습니다.
3D IC와 TSV의 결합이 가져오는 이점
3D IC 구조와 TSV 기술이 결합하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매우 다양합니다.
1. 고속 데이터 전송
TSV를 통한 수직 연결은 기존 수평 배선 대비 신호 전달 거리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대역폭(Bandwidth)이 크게 향상되어, HBM(High Bandwidth Memory) 같은 고속 메모리 기술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2. 전력 효율 개선
신호가 이동하는 거리가 짧아지면 불필요한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동일한 연산을 수행하면서도 전력 소모량을 30~50% 절감할 수 있습니다.
3. 집적도 향상
3D 구조는 동일 면적에 더 많은 회로를 배치할 수 있으므로, 집적도(Density)를 높이는 데 유리합니다. 이는 좁은 공간에서 많은 기능을 필요로하는 AI 칩, 데이터 센터용 프로세서, 모바일 SoC 등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4. 시스템 통합(System Integration)
로직, 메모리, 센서, 아날로그 등 다양한 기능의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할 수 있다. 이러한 집적 형태를 이종 집적(Heterogeneous Integration)이라고 부르는데,이 집적 기술은 성능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해아만 하는 차세대 반도체에서 중요한 설계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실제 적용 사례 : HBM과 칩렛(Chiplet)
3D IC와 TSV 기술은 이미 상용화되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요즘 Nvidia, GPU와 함께 떠오르는 HBM(High Bandwidth Memory) 입니다.
HBM은 여러 층의 DRAM 다이를 TSV로 연결하고, 이를 로직 칩(GPU, AI 가속기 등)과 인터포저를 통해 통합한 형태입니다.
이를 통해 기존 DDR 대비 최대 10배 이상의 메모리 대역폭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한 칩렛(Chiplet) 아키텍처에서도 TSV 기반 3D 패키징은 핵심 기술이 되고 있습니다. TSMC, 삼성, 인텔 등은 서로 다른 공정의 칩들을 3D 방식으로 결합해, 고성능·저전력 프로세서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남은 과제와 기술적 도전
TSV를 기반으로 하는 3D IC에는 많은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층을 많이 쌓을수록 열 방출(thermal management) 문제가 심각해지고, TSV 제작 과정에서의 수율(Yield) 확보가 필요합니다.
또한, TSV 형성에는 고정밀 가공이 필요해 제조 비용이 높고 공정 복잡도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TSV 크기 축소, 열전달 경로 개선, 테스트 자동화 등 다양한 기술적 해결책을 연구하고 있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