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 프로젝트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단계 중 하나는 바로 타이밍 클로저(Timing Closure) 입니다. 논리 설계가 기능적으로는 완벽해 보여도, 실제 칩으로 제작하기 위해서는 모든 데이터 경로에서 클럭과 데이터 간의 타이밍 제약을 만족해야 합니다. 그러나 공정 미세화, 라우팅 복잡도 증가, 전력 소비 제약 강화로 타이밍 여유(Timing Margin)를 확보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고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실무 엔지니어의 경험을 바탕으로 타이밍 클로저 해결 노하우 몇 가지를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타이밍을 고려한 RTL 작성
타이밍 클로저에서 가장 유념해야 하는 것은 “후반에 해결하지 말고, 초기에 예방하라”는 것입니다.
많은 초보 설계자들이 RTL 코딩 단계에서 기능의 구현에만 집중하지만, 프로젝트 전체의 관점에서는 이 때가 타이밍을 잡을 골든 타임입니다. 따라서 이 시점부터 타이밍 구조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특히 아래 사항들을 주의해야 합니다.
- 조합 경로(Combinational Path) 길이를 줄이기 위해 파이프라인(Pipeline) 구조를 적극 활용합니다.
- 멀티클록 설계(Multi-Clock Design)에서는 클록 도메인 크로싱(CDC) 회로를 명확히 구분합니다.
- 비동기 신호는 레지스터 동기화로 메타안정성(Metastability) 문제를 방지합니다.
코딩 단계에서부터 타이밍을 고려한 좋은 RTL은 후반 물리 설계(P&R)에서의 타이밍 클로저 부담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습니다.
SDC 제약(Constraints)을 명확히 정의
타이밍 분석의 기준이 되는 것은 SDC(Synopsys Design Constraints) 파일입니다.
여기에는 클록 주기, 입력/출력 지연, 멀티사이클 경로, 예외 경로 등을 포함시켜서 기술하게 됩니다.
많은 타이밍 위반은 설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제약 조건이 없거나 모호한 제약조건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점검이 필수적입니다.
- 클록 그룹 정의(clock groups): 독립적인 클록 도메인은 반드시 서로를 비상관(non-related)으로 선언
- 입출력 경로(IO path): 실제 패키지 딜레이나 보드 레이턴시를 반영
- 멀티사이클 경로(MCP) 및 False Path: 실제 동작을 반영하도록 정확히 지정
SDC 파일은 단순한 설정 파일이 아니라, 타이밍 엔진과 설계자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입니다.
셀 크기와 배선을 균형 있게 최적화
물리 설계 단계에서는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서 셀 업사이징(Cell Upsizing), 버퍼 삽입(Buffer Insertion), 리타이밍(Retiming) 등의 방법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지나친 셀 업사이징은 소비 전력을 증가시키고 혼잡도를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래 세 가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 셀 업사이징은 병목 경로(Critical Path) 중심으로만 수행
- 리라우팅(Re-routing)을 통해 병목 네트워크의 RC 지연을 완화
- Clock Tree Synthesis(CTS) 이후에는 클록 스큐(Skew)를 세밀하게 조정
특히 클록 트리를 잘못 설계하게 되면 전체 타이밍이 무너지고 타이밍 잡기가 불가능해 질 수도 있으므로 CTS 단계에서 Clock Uncertainty를 최소화 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ECO(Engineering Change Order) 전략
테이프아웃 직전에 타이밍 위반이 발생하게 되면 ECO(Engineering Change Order)를 통해 설계 내용을 빠르게 수정해야 합니다. 이때 RTL 수정이 아닌, Netlist 또는 Layout 단계에서의 로컬 수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ECO의 효과적인 활용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 타이밍 리포트에서 주요 위반 경로를 분류하고, Setup/hold 문제를 구분
- Setup 위반은 셀 업사이징 또는 경로 리라우팅으로 대응
- Hold 위반은 딜레이 셀 삽입(Delay Insertion)로 간단히 해결
- ECO 변경 시에는 반드시 논리 등가 검증(Formal Verification)을 통해서 전후 기능 일치를 보장
ECO는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남용할 경우 레이아웃 품질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전력·온도·공정 변화(PVT Variation)를 고려
타이밍은 단일 조건에서만 만족한다고 칩의 동작이 보장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칩에서는 공정(Process), 전압(Voltage), 온도(Temperature) 변화에 따라 경로 지연(Timing Delay)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STA(Static Timing Analysis)는 항상 다음과 같은 Corner 조건을 포함해야 합니다.
- Slow/Hot Corner: Setup 타이밍 Worst Case
- Fast/Cold Corner: Hold 타이밍 Worst Case
- Voltage Drop 및 IR Drop 분석으로 실제 동작 환경을 반영
설계 후반에 타이밍 여유가 0ns라면, 실제 칩에서는 위반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최소한 5~10%의 마진(Margin)을 확보하는 것이 안정적인 설계의 핵심입니다.
타이밍 클로저는 기술이 아닌 전략의 문제
타이밍 클로저는 단순히 EDA 툴을 잘 다루는 능력 뿐만이 아니라, 설계 전반의 전략적 사고를 요구합니다. 초기 RTL 단계에서부터 제약 설정 > 물리 최적화 > ECO > 검증에 이르는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흘러가야지 온전한 타이밍 클로저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결국 중요한 것은 “언제, 어디서 타이밍을 고려하느냐”입니다.
문제를 뒤 단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설계 초기 단계부터 타이밍 구조를 생각하여 설계의 일부로 포함시키는 엔지니어 마인드가 필요합니다.